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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리뷰] 오펜하이머: 평화라는 이름의 핵무기

by 불타는브로콜리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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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오펜하이머: 평화라는 이름의 핵무기

 

안녕하세요. 이번에 다루어볼 영화는 <오펜하이머>입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펜하이머 로버트의 삶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오펜하이머의 삶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라는 인물의 행적과 유사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주고 그 이후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별을 평생 받게 됩니다. 오펜하이머도 원자폭탄 발명이란 과학적인 업적을 세우지만 수많은 사람이 죽기에 달갑지 못한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러한 오펜하이머의 전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평화의 동력은 무력이 아니다.”입니다. 원자폭탄의 가능성을 알게 되고 머지않아 나치라는 막강한 반인륜적인 집단이 나타납니다. 세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줄 모르는 나치가 핵무기를 갖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몇몇 과학자들은 원자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듣기라도 한 듯 미 정부는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연구자들을 이곳저곳 수소문하며 다닙니다. 연구 개발이 한창인 때 아이러니하게도 나치가 자멸하게 되고 연구 목표가 바뀌게 됩니다. 위협적인 소련과 일본보다 먼저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막강한 무기가 나치를 멸망하게 만든 게 아니었음에도 연구는 진행됩니다. 마치 불안한 정세를 해결해 줄 유일한 수단처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핵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항복했을까’라고 자문하며 합리화하는 장면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봅니다. 무기는 방어용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언제든지 이익을 위해서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무력은 또 다른 사건을 부르는 연쇄 작용이 있습니다. 이 특성을 안다면 평화라는 미명하에 무기를 개발하거나 무력 충돌을 감행하는 없어야 할 겁니다. 만일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로 평화에 다다를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 인류는 조금 더 나은 역사를 맞이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한줄평

평화의 동력은 무력이 아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영화 정보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장르: 스릴러/드라마
  • 국가: 미국, 영국
  • 러닝타임: 180분
  • 평점: 로튼 토마토(93%), 팝콘지수(91%), 다음 영화 7.2
  • 주연배우: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 개봉일: 2023년 8월 15일
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줄거리

학창 시절 J.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는 악몽도 많이 꾸고 학교에서도 스승과의 사이도 불안정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으로부터 모욕을 받은 오펜하이머는 인적 드문 시간을 틈타 사과에 독을 주사합니다. 다음날 허겁지겁 달려가 독을 주사해 놓은 사과가 있던 강의실로 향합니다. 모욕감을 준 교수와 또 다른 교수가 말썽쟁이였던 오펜하이머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사과를 건드리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교수 중 한 명이 사과를 들어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 오펜하이머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벌레가 먹었다며 사과를 쳐냅니다. 세월은 흘러 졸업을 한 오펜하이머는 양자학 논문으로 유명해졌고, 스트로스의 초대를 받아 강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양자학이 인기가 없는 분야였기에 첫 수강생 수가 한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의 열성적인 강연 덕분인지 점차 그 수가 늘어납니다. 양자학에 관심이 적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오펜하이머가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기에는 공산주의가 확산이 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남동생은 벌써부터 공산당 일원으로서 활동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동생을 따라 공산당 모임에 참석합니다. 양자학에서 어느 정도에 명성이 있던 오펜하이머는 모두에게 환영을 받는 분위기였습니다. 환대를 받으며 여러 인사들과 만나던 중에 첫사랑인 진 태틀록(플로렌스 퓨)을 만나게 됩니다. 오펜하이머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진 태틀록은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못합니다.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아무래도 타인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남아있어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던 걸로 보입니다. 그러 던 중 또 다른 공산당 모임에서 두 번째 연인인 키티(에밀리 블런트)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서로 마음이 잘 맞았습니다. 키티는 이전에도 여러 남자와 만났지만 번번이 상처로만 남았습니다. 이는 오펜하이머도 비슷한 상황이었고 둘은 결혼식을 올립니다. 공산주의 열풍이 몰아치던 때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됩니다. 오펜하이머는 학자이면서도 평화 위한 마음도 깊었던 터라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너무 앞섰던 탓일까요. 교직 신분으로서 해서는 안 될 공산당에 가입을 제자들에게 권유하기도 합니다. 교수직을 처음 위임했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동료 교수인 어니스트 로렌스(조쉬 하트넷)의 조언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들끓던 마음을 겨우 억누르는 것처럼 보일 때 레슬리 그로브스(맷 데이먼)가 찾아옵니다. 미국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집단으로 급부상한 나치를 견제하기 위한 강수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양자학에서 발견된 새로운 이론에 강수를 둘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펜하이머는 그로브스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심지어 이제까지 자신 유념해두고 있던 원자폭탄 개발에 방안까지 말합니다. 둘은 일사천리로 계획안을 세우고 이내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됩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미국 전역에 흩어진 학자들을 모으고, 비밀리에 연구가 진행될 멕시코 지대에 대규모의 연구 단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약 2년에 걸친 원자폭탄 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나치를 견제하고 굴복시키기 위해 진행되었던 연구는 나치는 자멸함으로써 목적이 흐려지고 이내 목표 재설정에 들어갑니다. 차기 위협 집단인 소련 또는 일본으로 겨냥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각종 언론과 해외 저널에선 일본도 머지않아 패망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을 내어놓고 있었습니다. 한결같던 연구진들 사이로 의혹의 물결이 빠르게 번집니다. 오펜하이머는 이전에 보여주었던 불안정한 모습과 달리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로서 연구진들을 설득하고 단합시키는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어렵사리 프로젝트는 이어지던 중에 외부에서 편지 한 통 옵니다. 옛 연인인 진 태틀록을 만나기 위해 상부의 지시를 어겨가면서 위험을 감행합니다. 오펜하이머는 진 태틀록에게 ‘네가 언제든지 연락을 주면 달려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진은 그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기밀을 누설할 수 없었기에 대답을 회피합니다. 거기다 다시 만나러 나오기가 어렵다는 말을 전합니다. 외부세계에서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여러 인사를 만나고 무사히 연구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연구 성과가 점차 드러나고, 핵폭발이 가져다 줄 공포를 향하게 한 걸음씩 나가던 중에 뜻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진이 모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전언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오펜하이머는 심한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이 방황하는 그녀를 알고서도 내버려 두었기에 발생한 일이라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홀연히 모습을 감춘 오펜하이머를 찾던 키티는 어느 바위 뒤편에서 오펜하이머를 발견하게 됩니다. 상당한 불안 증세를 보이며 오열하고 있었습니다. 추궁 끝에 비밀리에 진과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에 분노가 몰아쳤지만 나름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를 다그치고 연구에 참여하도록 이끕니다. 과연 이 뒤로 오펜하이머와 키티는 어떻게 될까요.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되는 오펜하이머의 삶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요?

 

아쉬운 점과 평점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몰입감이 끝까지 유지되는 편이었습니다. IMAX에서 느껴볼 수 있는 시야를 가득 채우는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핵폭발이 일어나는 연출, 배우의 연기력, 줄거리에서는 빠졌지만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로 서사가 교차되는 플롯과 캐릭터 별로 컬러와 흑백으로 나누는 연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류에게 신의 물건인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는 그 죄로 영원한 고통을 받는 인물입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의 삶과 유사하다는 점을 영화 시작 부분에서 복선을 깔아 두었기에 감정적으로 이입이 잘 되었고,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맥락을 잡고 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전지식을 조금 더 알고 가면 영화를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가 대립 관계라는 걸 알고 갔기에 후반부에 펼쳐지는 정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로스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오펜하이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갔다는 점과 법을 악용해 청문회를 통해 인간관계를 뒤집어엎고 오랜 기간 심문으로 심신에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매카시즘이 유행하면서 공산주의에 가담한 인물을 소련과 내통한 적으로 간주하고 강제로 심문하고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스트로스의 만행이 훗날 상무부 장관 임명 청문회에서 밝혀져 낙마하게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저 영화만 보고 간다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를 같이 본 지인은 인물들마다 권력관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일개 과학자인 오펜하이머와 권력층들의 대비로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의 차이를 잘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거시적으로는 자본주의과 공산주의라는 큰 이념의 대립과 이를 타개하는 미국의 방식 중 하나가 핵무기였다는 사실은 오늘 시대상과 어떻게 다른 지도 볼 수 있어 시사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핵무기 개발이 옳은지’라는 담론 이외에도 여러 이야깃거리를 나룰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보았습니다. 평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4.5점을 줄 수 있겠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후 감상

러닝 타임이 3시간이라는 점과 역사적인 인물을 영화로 만들었기에 다큐멘터리의 지루한 해설이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오펜하이머의 굴곡진 삶을 플롯으로 녹여내어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또한 IMAX로 보았기에 넓은 시야와 사운드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핵폭발 장면은 영화 스크린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점을 찍었다고 보았습니다. 악몽을 꾸는 장면에서 스피커가 요동을 치다 못해 손에 들고 있는 컵에도 진동이 전해졌습니다. 시각과 청각을 넘어 촉각까지 자극을 주는 맛이 있었습니다. 객석을 나오면서 화장실에 가기 급급했지만 훗날 재 상영된다면 다시 볼만큼의 여러모로 가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명대사

‘다만 기억하게. 그건 당신을 위한 게 아니야. 자신들을 위한 것이겠지.’ 작중 아인슈타인(톰 콘틴)이 오펜하이머에게 건네는 대사입니다.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로만 알았던 원자폭탄은 핵무기로써 쓰이게 됩니다. 무기는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살상용이 될 수 있습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되어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거기다 방사능 오염으로 그 일대가 지금까지도 대지와 여러 생물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미국은 나치를 무력화시킬 수단이 필요했고, 오펜하이머는 그에 응해 핵무기를 만들었습니다. 애국과 평화란 이름으로 재앙을 공산품처럼 찍어낸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양자학에 서 한 획을 그었지만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사실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미국은 바라던 데로 일본을 항복하게 만들었고, 그 어느 나라보다 핵무기를 먼저 보유한 국가로서 부강한 이미지를 다지게 됩니다. 영광은 조국에게 돌아가고, 원자폭탄의 아버지란 칭호를 받지만 이면에는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인물로 역사에 기억됩니다. 양자학계에서 업적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가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원자폭탄은 그 의도와는 다르게 많은 인명피해를 부릅니다. 여기서 그가 반성하고 원자폭탄을 지지하던 의사를 철회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무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살펴보았습니다. 실제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무게감이 더해졌다고 봅니다. 일대기를 다루었기에 관련된 인물을 정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적대자인 스트로스가 쓰는 전략을 통해서 미국의 역사적인 흐름도 읽게 되어 재미와 지식을 함께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끝으로 2005년에 출간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평전에는 오펜하이머의 삶이 더 자세히 수록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재밌는 영화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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