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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리뷰] 거미집: 꽃 한 다발 같은 영화

by 불타는브로콜리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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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거미집: 꽃 한 다발 같은 영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거미집>을 가져와 봤습니다. 코미디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한 줄로 말한다면, ‘화병에 담긴 꽃다발을 보는 것 같다’입니다. 영화 <거미집>의 인물들은 영화 재촬영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여러 영화인들이 한 곳에 모여 재각각의 화려한 개성을 뽐냅니다. 멀리서 보면 풍성한 꽃 한 다발처럼 보입니다. 촬영이 끝나고 세트장은 철거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면 꽃다발은 온데간데없습니다. 현장은 빈 화병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다시 언제든지 꽃이 한 데 모여 화려하게 빛날 수 있는 겁니다. 영화 주인공인 김감독(송강호)은 어쩜 이 꽃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다시 찍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영화 <거미집>은 평소 객석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을 김감독이란 인물을 통해서 영화 세트장이 어떻게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지 들여다볼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꽃다발의 화려함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줄평

화병에 담긴 꽃다발을 보는 것 같다

영화 <거미집> 포스터

 

영화 정보

  • 감독: 김지운
  • 장르: 코미디/드라마
  • 국가: 한국
  • 러닝타임: 132분
  • 평점: 네이버 영화 7.76, 다음 영화 6.7
  • 주연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박정수, 장영남
  • 개봉일: 2023년 9월 27일
영화 <거미집> 메인예고편

 

줄거리

김감독(송강호)은 가정에 소홀히 해가며 영화에 몰두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평론가들에게는 치정극만 찍는 영화감독이라고 조롱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걸작을 만들겠다는 일념하나로 영화를 촬영에 나서는 타입이었습니다.  전날 밤 꿈에서 영감을 받은 김감독은 세트장으로 달려가 영화를 다시 찍겠다고 선언합니다. 영화제작사 신성필림 대표인 백회장(장영남)은 당연 거절합니다. 다시 찍는다고 해서 더 나은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고, 스케줄이 있는 배우들을 부를 수 없다면 대역은 또 어떻게 할지 이런 문제들을 감수하기보다 김감독을 설득하는 게 여러모로 쉬웠습니다. 백회장의 딸이자 영화사 차기 대표인 신미도(전여빈)는 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다 김각독의 새 각본을 읽게 됩니다.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대작임을 직감하곤 백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미도의 주도하에 재촬영에 돌입합니다.  배우와 촬영 장비가 한 몸이 되어 움직여야 되는 것도 어려운데 재촬영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훼방을 놓으러 오는 외부인사까지 촬영이 순탄하게 진행되질 않습니다. 이런 풍파 속에서 걸작은 완성되어야 한다는 미도의 일념 하나로 세트장을 봉쇄시키기에 이릅니다.  불참 의사를 보이는 배우들을 달래어보고, 재촬영을 반대하는 배급사 인사는 조용히 사무실로 이끌어 술을 먹여 인사불성이 되게 만듭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기묘한 꾀를 부려 촬영을 진행시킵니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가 세트장의 문을 부수고 들어옵니다. 화가 잔뜩 난 백회장입니다. 일순간 김감독과 배우와 촬영 스테프들은 몸이 굳어버리고 맙니다. 과연 영화는 무사히 찍을 수 있을까요. 김감독이 바라는 데로 걸작이 탄생하게 될까요.

 

아쉬운 점과 평점

작품 속에 작품이 있는 걸 액자식 구성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두 사이 벽이 있어 만나지 못하지만 그 경계가 허물이고 만날 수 있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거미집>에선 김감독이란 캐릭터를 통해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현실보다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며 사는 김감독을 관찰하는 카메라는 컬러이지만 김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영화는 흑백입니다. 두 영화는 이렇듯 컬러와 흑백으로 나뉘어 있지만 캐릭터들에 의해 점차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예를 들어 거미집 속에 거미집에 등장하는 이민자(임수정)가 복수에 눈이 머는 장면과 미도가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보다 광기에 가까운 모습은 어쩌면 허구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제목과 김감독이 촬영하고 있는 영화 제목은 동일하게 <거미집>입니다.  두 거미집은 어떤 유사성을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둘은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이러한 의도된 연출과 각본이 두 세계를 섞어놓는 겁니다. 뒤죽박죽인 두 세계를 보고 있으면 과연 객석에 앉아 있는 세상도 거미집은 아닌지 의심마저 듭니다. 이외에도 눈여겨볼 지점은 몇 가지 있습니다. 영화 배경이 70년대를 무대로 하고 있기에 그 당시 검열이라는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 연기 스타일과 오늘날의 연기 스타일을 극명하게 나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연기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면 70년대 연기는 어투와 행동이 오늘날에 비해 과장되어 화려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연기와 배경을 오늘날과 교차하면서 이 또한 현실과 허구가 허물어지는 요소가 되었다고 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영이 되어 마무리가 될 때까지 쉼 없이 흘러간다는 겁니다. 영화에서 나선형 계단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일단 계단과 달리 나선형은 시간적으로 효율적입니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이 나선형 계단처럼 빠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그중에서도 놓치는 것이 있다면 김감독이란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적다는 겁니다. 인물이 감정적으로 이입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에서 감성적인 측면을 조금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평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4.5점을 줄 수 있겠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후 감상

영화 속 영화를 다룬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거기다 지인이 말하는 메인 예고편에 편집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안에 영화를 어떻게 찍어... 이틀은 걸리지’라는 대사에 이어 ‘미친 소리 하지 마’라는 서로 다른 장면이 자연스럽게 붙여놓아 유쾌한 장면을 연출해 웃음이 터졌다고 합니다. 예고편을 제작하던 편집자의 끼와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해 만들어진 예고편이었습니다. 보고 나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웃었던 기억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극장에서 웃으면서 보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김지운 감독님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작품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의 정수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명대사

‘신감독님 몸에 불이 붙어 있다니까’ 김감독이 난관에 부딪쳤을 때 존경하던 신감독(정우성)을 영접하게 됩니다. 눈앞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영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을 하는 와중에 그의 몸에 불이 붙습니다. 놀란 김감독이 불이 붙었다고 조심스레 말을 해보지만 신감독은 춤을 추듯 타올라 사라집니다. 이때 미도가 들이닥칩니다. 위의 대사는 정신을 덜 차린 상태에서 신감독을 만났던 이야기를 미도에게 늘어놓을 때 대사입니다. 현실과 허구를 혼동하는 장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보았습니다.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걸작은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걸작이 영감에 의해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감 못지않게  지속적인 노력도 중요한 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창작에도 여러 방식이 있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기도 합니다. 김감독은 신감독을 보며 무엇을 깨닫게 되었던 것일까요. 신감독은 세트장에서 영화를 촬영하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습니다. 그 이후로 김감독은 현장에 깃든 영감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미집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세트장이 철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김감독은 홀로 쓸쓸하게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들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 현장의 온기를 받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그에게 영감이란 배우와 감독과 촬영 스테프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타오르는 세트장에 있다고 보는 것 같았습니다.  김감독이 보는 것처럼 영감은 현장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영화관에서 마주하는 영화는 과정이 배제가 된 결과물입니다. 영화에 미처 담지 못하는 부분도 같이 감상할 때야말로 진정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자리 앉아 감상하는 것도 스크린 너머에 있는 현장을 더듬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무리

보는 내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보신다면 재미를 배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다른 영화로 찾아뵙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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